우고 론디노네전이 부산 국제갤러리에서도 개최된다는 소식에 다녀왔다이번 전시 nuns and monks by the sea는 동일한 전시명으로 서울부산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그렇게 동일한 전시 주제로 다른 공간에서 전시한 것은 작가가 둘 이상의 시공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작가가 의도하여 이뤄진 것이라 한다

 

우고 론디노네는 스위스 출신으로 지금은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 중인 작가이다. 그는 조각, 회화, 사진 등 여러 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몰라도 그의 작품은 어느 사진에서 본 사람들(특히 SNS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우고 론디노네의 가장 유명한 작품은 색색의 돌을 쌓은 설치작품이다중국의 수석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라고 한다. 색색의 돌 각각의 색채 대비도 강렬한데 황량한 사막 가운데 서있는 돌이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한다. 

 

Seven Magic Mountains, Public Art Production Fund and Nevada Museum of Art, Las Vegas, 2016

 

이번 부산 전시에서는 <mattituck> 이라는 연작이 전시 되었다. 일몰과 일출을 간단하게 3색의 색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우고 론디노네는 뉴욕 롱아일랜드 매티턱에서 그의 뮤즈이자 연인인 시인 존 지오르노와 지내며 감상했던 일출과 일몰을 그려낸 작품이라고 한다. 2019년 론디노네는 존 지오르노의 죽음 이후 이 시리즈를 그렸다고 한다. 그와의 추억을 영원히 작품으로 남기고 싶어서 였을까?

론디노네의 유명한 커다란 설치작품들과는 사뭇 다르게 아주 쁘띠한 사이즈였다그런 점은 재미있었고, 론디노네하면 떠오르는 거대작품을 만나지 못한 점은 아쉽기도 했다.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쓰여진 시를 읽은 기억은 거의 없는데, 시인 존 지오르노라는 이름이 이상하게도 낯익어 그의 이름을 검색해 보았다. 그는 앤디워홀의 연인이었고 작품에 출연하기도 했다. 앤디워홀 최초의 영화인 <sleep>이 그의 잠자는 모습을 5시간 넘게 찍은 것이다. 교과서에서 배우던 앤디 워홀과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론디노네의 연인이자 뮤즈가 동일하다니 뭔가 신기했다. 그의 시도 언젠가 읽어보아야지.

 

Andy Warhol, Sleep

 

 

전시관을 나오면서 또 만난 론디노네의 작품 청석으로 만든 론디노네의 작품 <순종자>이다처음 <Human Nature>시리즈 작품을 미국 록펠러 센터 주위의 빌딩 숲에서 찍힌 사진으로 만났을 때는 굉장히 인상적이였다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현대 빌딩들 사이에 마치 판타지 세계에서나 볼법한 큰 청석 인간들이 서있으니 그 대비가 강렬했기 때문이다이번에 실제로 만난 순종자는 큰 사이즈의 작품이였지만 풀밭 사이에 있으니 정말 자연과 자연의 만남이라 하마터면 그냥 거기에 있던 돌이구나 하고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

 

Human Nature, Public Art Fund, Rockefeller Plaza, New York, 2013

 

예술가들이 전시할때 어떻게 전시할 것인지 채광은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 고려하여 전시를 하는지 더욱 이해하게 되는 경험이였다. 작품 뿐만 아니라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모든 분야에서 마찬가지일 것이다사람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는 이 작품을 보며 내가 어느 자리에 어울리고, 어느 곳에서 내 가치를 찾을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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