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06

 

2015 차이콥스키 콩쿨에서 만장일치로 우승을 차지한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마슬레예프의 리사이틀이 부산문화회관에서 있어 다녀왔다.

 

2019년 울산에서 그의 좋은 연주를 봤던 기억이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공연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 사이에 전쟁이라는 큰 이슈가 일어났다. 현재 유럽에서는 러시아인 상임지휘자도 해고한다는데, 차이콥스키 콩쿨의 세계 콩쿨 회원자격도 박탈된 상황에서 내가 차이콥스키 콩쿨 우승자 러시아인인 이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보는 것이 과연 윤리적인가 하는 고민을 했다. 그의 연주는 좋았지만 양심은 가책을 떨칠 수 없는 것은 사실이다. 예술을 예술로만 생각할 수 없게하는 전쟁이 어서 빨리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연주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였던 곡이라면 물론 1부 전체를 채웠던 차이콥스키의 사계였다. 멜로디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차이콥스키의 음악인 만큼 12개 소품 중 익숙한 곡이 많았지만, 이렇게 전곡을 한번에 들은 적은 처음이었다. 차이콥스키가 표현한 12달의 모습은 아름답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한 느낌이었다. 차이콥스키 사계 중 6월과 10월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여러 연주자 버전 중 가장 자주 듣는 조성진의 차이콥스키 10월 연주 영상도 살짝 올려본다.

 

 

조성진, Tchaikovsky: The Seasons, Op. 37b, 10. October: Autumn's Song

 

 

프로그램 중에서 가장 기대했던 것은 내가 라벨의 곡을 좋아하기 때문에 라벨의 곡이였다. 정작 공연에서 맘에 들었던 곡은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곡들이였다. 마슬레예프의 화려한 기교와 그 만의 해석이 그 두 작곡가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공연을 보러가기 전 예상과 달리 라벨의 곡이 아닌 다른 곡의 여운에 잠겨 집에 돌아왔다. 이런 의외의 수확이 문화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의 즐거움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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